안녕하세요. 상속24의 상속세 전문 세무사 김민식입니다.
세대를 건너뛰어 손주에게 바로 물려주면 무조건 세금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아버지가 상속을 포기하고 손자 손녀들이 바로 받게 하면 세금이 한 번으로 끝나서 무조건 좋은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포기로 상속인이 바뀌는 순간 상속공제가 통째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포기로 상속인의 순위가 바뀔 때 공제 한도가 어떻게 줄어드는지 판례를 통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상속을 포기하면 상속공제는 어떻게 될까?
일괄공제 5억 원이나 금융재산공제 같은 상속공제는 정해진 한도 안에서만 적용됩니다.
상속공제 한도는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아래 세 가지를 뺀 금액입니다.
| 구분 | 한도에서 빼는 금액 | 근거 |
|---|
| ① | 선순위인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유증·사인증여한 재산의 가액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4조 제1호 |
| ② |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포기로 그 다음 순위의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의 가액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4조 제2호 |
| ③ | 상속세 과세가액에 가산한 사전증여재산가액 (증여재산공제를 뺀 금액, 과세가액 5억 원 초과 시)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4조 제3호 |
상속공제 한도 = 상속세 과세가액 - ① 유증재산 - ② 포기로 다음 순위가 받은 재산 - ③ 사전증여재산
오늘 다룰 부분은 ②입니다. 포기로 다음 순위에게 넘어간 재산이 클수록 한도가 줄고 전부 넘어갔다면 한도는 0원이 됩니다.
서울고등법원 2016누40650 (2016.10.26.)
피상속인은 2012년 7월 사망했습니다. 배우자와 자녀가 없었고 상속인은 어머니 한 분뿐이었습니다.
어머니가 가정법원에 상속포기를 신고해 수리되자 다음 순위인 형제자매 3명이 재산을 상속받았습니다. 이들은 상속세 과세가액 약 36억 원에서 일괄공제 5억 원과 금융재산공제 2억 원을 빼서 신고했습니다.
세무서는 재산 전부가 선순위 상속인의 포기로 넘어간 것이므로 공제 한도가 0원이라고 보았습니다. 공제 7억 원을 모두 부인하고 상속세 약 3억 7,360만 원을 고지했습니다.
형제자매들은 포기 때문에 공제를 전부 막는 규정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다퉜습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②는 2002년 12월 개정으로 신설된 규정인데 상속인이 아닌 손자에게 유증한 경우 공제를 받지 못하는 것과 형평을 맞추려는 취지라고 보았습니다. 선순위 상속인이 포기하기 전까지 후순위 상속인은 상속인이 아닌 자와 지위가 다르지 않고 포기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재산을 얻게 된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 2016두60850 (2017.03.09.)에서 상고가 기각되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같은 순위 안에서 포기하면 공제가 줄어들까?
②가 문제 삼는 것은 상속인의 순위가 바뀌는 경우입니다. 같은 순위의 공동상속인 중 일부가 포기하면 그 몫은 남은 상속인에게 상속분 비율대로 돌아갑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와 자녀 2명 중 자녀 1명이 포기하면 그 몫은 배우자와 다른 자녀에게 갑니다. 다음 순위 상속인이 받는 재산이 없으므로 ②의 차감 대상이 아닙니다.
| 포기한 사람 | 재산을 받는 사람 | ② 차감 |
|---|
| 자녀 중 일부 | 배우자와 남은 자녀 | 해당 없음 (같은 순위) |
| 배우자가 없을 때 자녀 전부 | 손자녀 | 차감 |
| 직계존속 전부 (배우자·자녀 없음) | 형제자매 | 차감 |
실제로 계산해 보면?
ex) 배우자와 사별한 아버지가 아파트 9억 원과 예금 3억 원을 남긴 경우
(상속인은 성년 아들 1명, 아들에게는 성년 자녀 2명, 일괄공제 5억 원 적용, 신고세액공제는 적용하지 않음)
| 구분 | 아들이 상속 | 아들이 포기하고 손자녀 2명이 상속 |
|---|
| 상속세 과세가액 | 12억 원 | 12억 원 |
| 상속공제 한도 | 12억 원 | 0원 (12억 원 - 12억 원) |
| 일괄공제 | 5억 원 | 0원 |
| 금융재산공제 (3억 원 × 20%) | 6,000만 원 | 0원 |
| 과세표준 | 6억 4,000만 원 | 12억 원 |
| 산출세액 | 1억 3,200만 원 | 3억 2,000만 원 |
| 세대생략 할증 (30%) | 없음 | 9,600만 원 |
| 합계 | 1억 3,200만 원 | 4억 1,600만 원 |
아들의 포기 하나가 상속세를 약 2억 8,400만 원 늘려 놓는 셈입니다.
손자녀는 피상속인의 자녀가 아닌 직계비속이고 대습상속도 아니어서 세대생략 할증 30%도 함께 붙습니다.
그렇다고 포기가 언제나 손해인 것은 아닙니다. 아들 본인의 재산이 이미 많다면 아버지 재산을 받았다가 나중에 자녀에게 다시 물려줄 때 높은 세율로 상속세를 한 번 더 내게 되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손자녀가 바로 받는 쪽이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절세 포인트
상속포기가 유리한지는 1차 상속과 2차 상속을 모두 따져 봐야 합니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넘어가는 1차 상속에서는 아들이 받는 쪽이 공제를 다 받아 세금이 적지만 그 재산은 아들에게서 손자녀로 넘어가는 2차 상속에서 다시 과세됩니다.
아들에게 이미 재산이 많다면 아버지 재산까지 받았다가 손자녀에게 물려줄 때 높은 세율로 세금을 한 번 더 내게 됩니다. 이 세금이 포기 때문에 늘어나는 세금보다 크다면 손자녀가 바로 받는 쪽이 결국 더 적게 내는 셈입니다. 반대로 아들 재산이 적다면 아들이 받는 쪽이 유리합니다.
유언으로 손자녀에게 직접 남기는 방법도 결과는 포기와 같습니다. 상속인이 아닌 손자녀에게 유증한 재산은 ①로 한도에서 빠지고 할증도 붙습니다. 세대를 건너뛰는 방법은 포기든 유증이든 공제를 잃는다는 점이 같습니다.
상속포기는 재산이 누구에게 넘어가느냐에 따라 공제 한도와 할증이 달라지고 아들 세대의 재산 규모에 따라 유불리가 뒤집힙니다.
포기 신고 전에 반드시 상속 전문 세무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